신정아는 왜 방송출연을 결심했을까
2007년 학력위조 및 고위 공직자와의 스캔들로 대한민국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가 토크쇼에 출연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MBN 토크쇼 ‘아궁이(아주 궁금한 이야기)’의 게스트로 출연한 신정아는, 그동안의 근황은 물론, 그녀와 관련해 시청자가 궁금해 할 법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신정아, 논란이 된 토크쇼 출연
토크쇼는 미얀마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건강해진(?) 신정아의 근황 소개로 시작해, 비호감이미지를 녹일 수 있는 그녀의 인생 최대위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어 메인인 2007년 예일대 학력위조사건 및 변양균 전 청와대비서실 정책실장과의 스캔들에 대한 그녀의 반성, 후회와 눈물. 해당 사건 이후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이 받았던 또 다른 지탄 그리고 미안함 등의 코스를 밟았다. 끝으로 패널 김갑수, 채경옥 등이 약자가 된 게스트 신정아를 보듬으며 훈훈하게(?) 마무리.
이렇듯 이 날 ‘아궁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토크쇼의 정공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토크쇼를 통해 신정아는 시청자로부터 어느정도 면죄부를 받았을까.
일단 MBN 토크쇼 ‘아궁이’에서 게스트 신정아를 다루는 방법이 평이했다. 반전없이 흘러간 스토리라인에서 그녀에게 호감이 쉽게 생길 리 만무했다. 신정아 또한 사과방송에 충실하다보니, 위축된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결국 신정아가 토크쇼 아궁이에서 보였던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토크쇼 ‘출연’자체를 붙들고 논란이 불거지기 좋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고 관련해서 후유증도 있었겠지만, 신정아 본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근황으로 거론됐던 봉사활동이나 마라톤 참여 등이 일종의 보여주기로 비칠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해도, 건강한 삶을 살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는 분명 바람직하다.
문제는 현재의 신정아가 아니라 과거의 신정아다. 마라톤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달라질 수 있는 지금의 신정아가 아니라, 바꿀 수 없는 과거 학력위조 및 고위공직자와의 스캔들속에 신정아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신정아도 토크쇼에 나와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리고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밖에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은 다르다. 신정아를 이해할 만한 어떤 것이 필요했다. 변명처럼 들리는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식이 아니다. 신정아가 학력위조에, 불륜, 공금횡령 등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그녀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신정아가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죗값을 치루고, 방송에 나와서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을 해도, 여전히 시청자에겐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 만다.
신정아는 왜 방송출연을 결심했을까
지난 해 신정아는 종편채널 TV조선의 시사토크쇼 ‘강적들’ MC로 캐스팅됐지만, 끝내 출연이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시청자들의 반발이 너무 거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신정아는 좌절감을 크게 맛봤다고 했다. 국민들의 반감이 생각보다 너무 컸다. 그런데 그렇게 상처가 될 만한 일을 겪고도 왜 신정아는 방송에, 종편 토크쇼에 출연했을까. 국민들의 시선이 1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한 걸까.
토크쇼에서 신정아는 여러차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잘못했다를 말했다. 방송내내 토크가 아닌 사과를 했다고 느껴질 정도다. 즉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어떠한 해명을 하기 위해 방송에 나온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굳이 방송에 나와 다시 아픈 상처를 꼬집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고 눈물을 흘릴 필요가 있었을까. 그녀의 진심이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지도 미지수인데 말이다.
신정아에게 방송계, 미술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이 온다고 한다. 만일 신정아가 방송쪽 일에 관심이 있고 출연할 의지가 있다면, 자신을 향한 여론을 호의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지난 해 시사토크쇼 ‘강적들’에 MC제의를 받고도, 여론의 거센 비난에 캐스팅이 취소된 바가 있기에 더욱. 그래서 신정아가 MBN 토크쇼 ‘아궁이’에 출연한 것은 방송쪽 일을 염두한 포석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신정아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 있었다.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죽을 뻔했지만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당시 사고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힌다.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및 고위공직자와의 스캔들. 신정아가 잘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녀의 누드사진이 일간지 등을 통해 공개되는 등, 인권 유린에 가까웠던, 죗값 이상으로 그녀가 받았던 아픔도 있었다. 그만큼 일반인이 겪기 힘든,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이 신정아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런 엄청난 일들을 겪었으면 세상과 단절하고 숨고 싶을 것 같은데, 신정아는 오히려 사람들에 앞에 나서고 소통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에게 호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굴곡진 일을 많이 겪은 만큼 (방송 등을 통해)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얘기도 많을 것."이란 패널 김갑수의 멘트도 일정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7년이 지났다. 신정아는 법에 따라 죗값을 치루고 자숙의 시간도 어느정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능력치에 따라 줄 수도 뺏을 수도 있는 게 기회다. 때문에 신정아에 대한 수요가 있을 때 무조건 기회를 박탈하라며 압박하기보단, 제한적으로나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지켜보는 건 어떨지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