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절반의 성공을 말하다

바람을가르다 2013. 10. 7. 06:28

 

 

 

지난 해 케이블TV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는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응답하라 1997’은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된 90년대를 배경으로, 오빠들에 미쳐있던 여고생과 다섯 친구들의 감성복고 드라마로 팬덤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룬 것도 매우 신선했지만, 특히 20,30대에겐 향수가 될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추억이 있고 노래가 있었다. 때문에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10대부터 30대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지지속에 엄청난 화제를 낳았고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1년 만에 돌아온 응답하라 1997은 3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응답하라 1994로. 1994년을 배경으로 지방 사람들의 눈물겨운 상경기와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사회적 이슈들을 담아낼 예정이다. 제작진에 ‘응답하라 1997’ 신원호PD와 이우정작가가, 주요 출연진에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바로, 민도희, 손호준 등이 서인국, 정은지, 은지원 등의 빈자리를 메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응답하라 1997’과 마찬가지로 팬덤문화를 다룬다. 차이가 있다면, 아이돌 가수에서 농구 선수들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1994년도 무렵, 농구선수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길래,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심이 되었을까.

 

대한민국 대표 인기스포츠는 야구와 축구다. 하지만 겨울스포츠의 꽃은 농구라고 말한다. 때문에 NBA처럼 국내에도 프로농구(KBL)가 1997년 출범을 했다. 그렇다면 왜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이 아닌 응답하라 1994년이 됐을까. 국내 농구에서 가장 오빠부대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가, 바로 1994년 무렵이기 때문이다. 프로농구가 아닌 ‘농구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실업팀과 대학팀이 엮어, 왕중왕을 가리던 시절의 이야기.

 

 

 

 

당시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현재 프로농구의 인기를 뛰어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금의 프로농구가 즐기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당시의 농구대잔치는 ‘열광’이란 표현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학팀인 연세대-고려대-중앙대가 있었다. 특히 허재-강동희 등 노련한 실업팀 선수들에 맞서, 대학생 특유의 젊은 패기로 무장한 연대의 이상민-문경은-우지원-서장훈, 고대의 현주엽-전희철-김병철 등이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심지어 연대는 대학팀 최초로 농구대잔치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당시 농구의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화 ‘슬램덩크’가 흥하던 시기였고, 심은하를 배출한 인기드라마 ‘마지막승부’에서 볼 수 있듯이, 농구의 신드롬은 스포츠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가 HOT의 토니안을 신앙처럼 여겼듯,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 고아라가 연대 이상민에게 또 다른 신앙심을 보여준다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 고아라같은 오빠부대가 넘쳐나던 시기였음으로.

 

 

 

 

하지만 ‘아이돌스타’에서 ‘농구스타’로 바뀐 것만으로, ‘응답하라 1994’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응답하라 1994’ 포스터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팔도청춘 in 서울’, ‘촌놈들의 전성시대’, 팔도에서 올라온 청춘들의 파란만장한 서울 상경기가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연출은 맡은 신원호PD 역시, ‘응답하라 1994’에서 선보일 경남 마산 출신부터 전남 순천, 충북 괴산, 전남 여수 등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청춘들의 서울 상경기는 무궁무진한 사건과 예측불허 스토리로 가득하다며, 알고 보면 사소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건드려보지 않았던 팔도 청춘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지게 될 지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응답하라 1994’를 기대할 수 있다. 농구 그리고 팬덤문화가 중요한 소재로 작용할 순 있겠지만, 그것에 매몰될 스토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2,30대 그리고 40대에게 ‘응답하라 1994’ 속 농구대잔치, 이상민 등 농구스타, 서태지와 아이들은 추억의 촉매 역할을 하며, 맞장구를 치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들은 감성을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빅재미는 팔도청춘들의 좌충우돌 서울 상경기속에 함축될 것이고.

 

오늘 1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 저녁 9시를 책임질 ‘응답하라 1994’. 과연 ‘응답하라 1997’의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전작의 신드롬을, 인기를, 재미를 재현하지 못하더라도 좋다. 적어도 분명한 타겟이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공유하게 만들고, 이야기거리가 많아지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